일본의 주거생활 - 월세제도
영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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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9 14:47
일본의 주거생활 - 월세제도
♣. 일본에서 생활비 지출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은 사실 '집세'이다. 일본에는 전세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 집을 론으로 사던가 아니면 월세를 살아야 한다. 따라서 주간지나 월간지를 보면 월 얼마씩 론을 주고 자기 집을 사는 것이 나은지 월세를 내는 게 나은지 비교하는 기사가 종종 나온다.
가끔 일본인에게 전세라는 것을 설명하면, 그건 거의 공짜로 사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을 한다.
특히 요즘처럼 한국의 금리도 저금리로 들어간 상태에서, 금리이상을 벌어보고자 월세로 전환하는 집들이 느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목돈이 있다면 '전세'라는 제도가 아직은 집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복 받은 제도임이 분명하다.
♣ 일본의 집. 월세 집은 보통 목조건물은 아파트,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맨션이라고 한다.
일본의 아파트는 따라서 한국의 쾌적한 주거공간의 대명사인 아파트와 전혀 상관이 없다.
오히려 맨션이나 공단주택이 한국의 아파트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누가 일본에서 아파트에 산다고 자랑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하게 웃어주면 된다.
지진 탓으로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는 일본의 경우, 아파트가 낮은 가격의 임대주택으로 많이 지어져 있는데,
월세집 집 상태를 좀 살펴보기로 하자.
일단 가장 밑바닥 수준의 월세 집을 좀 보면 월 2-3만엔대(20~30만원)의 공동 거주 주택이 있다. 이곳은 방만 딸랑 하나 있고, 긴 복도를 가진 세면대와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는 곳이다.
가끔 TV에서는 '빈보(빈자) 탈출"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빈보'인지 서로 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해서 상금을 타는 프로그램까지 있을 정도다.
어떤 출연자는 심지어 휴지를 물에 데워서 간장에 찍어먹기까지 했다. 프로그램의 막바지에서 그 사람이 상금을 타긴 했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가장 밑바닥이라고 봐야한다.
물론 주변 공원에(동경 - 우에노 공원, 오사카 - 니시나리 지역)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 다음이 4-5만엔대의 아파트. 이런 곳은 집이 아주 좁거나 화장실은 있으나 샤워시설이 없는 곳이다(동경에서.... 오사카는 샤워시설까지 있음).
어쨋거나 월세에 따라 집안 시설에 차등을 둔다. 물론 이런 집들은 앞마당에 커다란 건물이 들어서 있거나,
아니면 집이 아주 낡았거나 눈에 띠는 단점이 있다.
세번째로, 6만엔대부터는 이제 간단한 부억 겸 거실, 그리고 방 하나, 또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다 들어가 있는 집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최소한의 주거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일본에 와서 첫 살림을 시작한 곳은 바로 이런 집이었다.
내가 처음 살았던 시골에 6만엔짜리 집. 방 하나 부억과 화장실이 다였는데, 살았던 소감을 누가 물어본다면, '체험 삶의 현장, 판자집 편...'이라고 답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아파트를 벗어나서 7-8만엔을 주면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맨션으로 갈 수가 있고, 방의 개수에 따라서 8-9만엔까지 오르게 된다. 보통 웬만한 방 두개에 거실까지 갖춰진 집이라면 민간업자가 하는 경우는 9-10만엔의 평균이니, 일단 주거비가 장난이 아닌 셈이다. 보통 일본 보통회사 신입사원 급여가 20만엔이라고 하면 좀 후진 곳에서 살아도 월급의 1/3은 주거비로 갖다 바쳐야 한다.
♣. 일본 사람들 중 솔로나 학생들은 방값 포함 생활비를 모두 자기가 벌어서 충당한다. 또 결혼할 때 한국처럼 전세가 없으니까 부모가 무슨 집 같은 것을 마련해주는 일도 없다.
이런 면에서 보면 한국에서 부모가 결혼때까지 자식을 돌봐주고, 유학을 보내면 용돈을 보내주거나 분가할 때 집까지 마련해주는 것을 보면 대단한 정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 단순히 월세 집만 놓고 본다면, 한국에서는 월세 집에 산다고 하면, 사글세방이라 해서 사회적 편견이 심한데 비해, 일본에서는 월세가 보편화 되어 있어, 특별히 그런 시선은 없다. 물론 방값에 따라 그런 구분이 가능하겠지만. 따라서 한국의 전세는 일단 사회에 첫발을 내딛거나, 당장 집을 살돈은 없지만 어느 정도 목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여유로운 소비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일본인에서 세를 둘 수 있는 집만 있다면 가만히 있어도 돈이 굴러들어오는 넉넉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이나 일본이나 '내집 마련'은 여전히 새롭게 인생을 꾸려가는 세대에게 풀기 쉽지 않는 무거운 숙제임이 틀림없다.